한의원을 찾는 환자분들 중 적지 않은 분들이
부모님의 당뇨나 그로인한 합병증으로 투병하시는 모습을 경험한 뒤라
자신에게 찾아온 당뇨라는 병이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고 말씀하신다.
부모님이 당뇨면, 자식도 당뇨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을 보면,
당뇨가 유전이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과 우려 섞인 질문들을
끊임없이 받게 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그렇다면, 당뇨는 정말 유전이 되는걸까?
탈모처럼, 그렇게 부모님이 당뇨면 나도 결국은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은걸까?
당뇨와 유전
다음은, 의학계의 연구결과에 따른 혈연 상대적위험도 (sibling relative risk) 수치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보다시피, 성인형 당뇨병과 고혈압의 수치는 비교적 낮은 편인데,
이는 2형 당뇨와 고혈압의 유전적인 영향이 류마티스관절염이나 조울증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뜻한다.
여러가지 당뇨병 위험 관련 유전자가 밝혀지긴 했으나
각각 유전자의 당뇨병 발생에 대한 위험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한 사람이 여러개의 당뇨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과학자들의 견해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만큼 유전적인 영향보다는 후천적이고 환경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뜻이며
그렇기에 유전학자들 사이에서 당뇨병이 매우 연구하기 곤란한 질환이기도 하다.
유전이 안되는 병은 없다.
유전에는 기질적인 유전(세포의 유전)과 환경의 유전, 두가지가 있다.
체질을 나눌때도 그 두가지를 모두 살펴야만 정확한 치료방향을 잡을 수 있다.
부모의 씨앗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세포의 유전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태어나서 수십년을 부모와 같은 식사를 했으니 환경적인 유전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기에 사실 그 어느 쪽의 유전이든
부모에게서 유전이 안되는 병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잠재적으로는 부모의 좋은 유전자와 나쁜 유전자를 전부 다 지니고 있으나
그 유전자의 on, off 를 결정하는 것이 환경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환경적인 요인과 상관없이 무조건 유전되는 병도 있다.
특정 유전자만 갖고 있으면 100% 발현되는 병을 말하는데
이는 내가 월 먹고 어떻게 살든 피해갈 수 없이 그냥 전부 생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탈모다.
그러나 당뇨는 그런 종류의 질병과는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부모 중 한분이 당뇨일때 자녀에게 당뇨가 발생할 확률은 15%라고 한다.
두분 다 당뇨라 하더라도 자녀에게 당뇨가 생길 기질적 유전의 확률은 겨우 3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확률을 얼마나 더 높히느냐는 당사자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달라진다.
당뇨 유전자를 ON하지 않게 하려면?
부모님이 당뇨고, 나또한 당뇨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부모님의 식습관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당뇨인 부모님이 평소에 흰밥에 야채만 즐겨드신다면,
자녀는 과감하게 탄수화물을 줄이고 살코기 위주의 육류로 식단을 바꿔야 할 것이다.
당뇨인 부모님이 삼겹살을 비롯한 고기와 기름진 식단을 주로 하신다면,
자녀는 또한 과감하게 육류를 줄이고 곡식과 야채위주의 식단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당뇨로 판정받았던 부모님이 식생활 관리를 잘하셔서 혈당을 잘 유지하고 계시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부모님의 식이요법을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당뇨는 DNA유전이 아닌, 생활습관의 유전이 원인
부모로부터의 당뇨 유전확률이 15~30%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이것도 대단히 높게 측정된 편이라 생각한다.
선천적인 췌장의 기능이상이 원인인 소아형 당뇨병(1형 당뇨)는 아주 어릴때부터 발병되서
사실상 인슐린을 제외하고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인 질환에 속한다.
위 그래프에서도 보이듯 이러한 소아형 당뇨는 혈연 유전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어린 1형 당뇨 환자의 부모가 1형 당뇨인 경우가 많을까?
우리나라의 특성일지는 모르겠으나 이상하게도 난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
유전적인 확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는 1형 당뇨일지라도
실제 가족 중에 1형 당뇨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는 내가 본 환자분들 중에는 없었다.
하물며, 그보다 확률이 낮은 2형 당뇨가 DNA 유전만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 부모님이 당뇨라고 해서 무조건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 당뇨는 말 그대로 나의 잘못된 생활습관이 초래한 후천적인 질병에 가깝기 때문이다.
괜한 걱정을 하기 앞서 왜 부모님이 당뇨에 걸릴 수 밖에 없었는지,
잘못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갖고 계시진 않았는지 살피고
그것을 똑같이 답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깊숙이 잠자는 당뇨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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